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 ‘현대車 합작투자’ 좌초 위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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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광주형 일자리’의 최초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 공장 합작법인 투자사업이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데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반발수위도 더욱 높아져 시계(視界) 제로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

광주시가 국회 예산심사와 맞물려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까지 넘긴 상황이어서 장기 표류하거나 최악의 경우 좌초돼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 협상단은 14일부터 이틀 간 현대차를 대상으로 ‘끝장 협상’에 나섰으나 합의 도출에는 결국 실패했다. 앞선 4∼5차례 협상에서 빈 손으로 돌아온 광주시 협상단은 지역노동계와 협상 방향과 구체적 실현 방향에 합의하고 지역 노동계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는 등 배수의 진을 쳐가며 벼랑 끝 대화에 나섰으나 협상은 소득없이 끝났다.

오히려 전날 시와 지역노동계가 도출해낸 합의문에 대해 현대차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협상 테이블에 먹구름만 드리워지고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온다.

시는 “주말과 휴일도 반납한 채 오는 18일까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타결 여부는 장담도, 예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 협상단과 현대차는 수 차례 협의에도 불구, 적정 임금과 근로시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미래형 생산차종 등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임금과 근로시간의 경우 현대차는 ‘주 44시간(1일 8시간, 주 5일, 월 2회 특근 등) 평균 연봉 3500만원을 문서화해 협약서에 못박자’는 입장인 반면에 광주시는 지역 노동계 의견을 존중해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3500만원’이나 ‘주 40시간만 명시하고 생산직 초임은 3000만∼4000만원으로 범위를 넓힌 다음 추후 법인 설립 후 경영수지 분석을 거쳐 확정하자’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00만원대 임금 수준을 두고도 ‘초임 연봉’이냐, ‘평균 연봉’이냐를 두고 시각차가 큰 상태고, 전체 근로자의 30%로 예상되는 관리직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두고도 이견이다. 완성차 신설법인에 적용될 일종의 광주형 일자리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지만 민주노총, 현대차, 기아차 노조 등은 “초헌법적이고, 반노동적”이라며 협약 체결 시 즉각 파업을 돌입할 태세다.

차종도 현대차는 애초 약속해로 1000cc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고수하는 반면 시 협상단은 울산3공장에서 내년부터 소형SUV 1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어서 차종이 중복될 수 있는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복 투자에 따른 일자리 불안과 지역주의도 갈등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속성을 두고도 현대차는 법인 설립 초기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수년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내용 유지를 원하는 반면 시 협상단은 3개월에서 최소 1년 단위로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해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도 난제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시 협상단의 제안 내용과 주변 상황이 지난 5월 말 투자의향서 제출 당시와 다르게 바뀌면서 회사 측으로선 당혹스럽다”며 “마른걸레를 쥐어짜야 할 상황인데 실적 악화로 위기감이 커진 데다 노조 역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상황이라 이래저래 난감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정진행 사장도 14일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거냐”는 질문에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에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불편한 심기와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차는 투자자일 뿐”이라는 기존 입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당정청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수익성과 채산성이 낮고, 투자외적 갈등요인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현대차가 발을 빼려 한다는 설도 무성하다. 광주시가 제시한 데드라인인 15일마저 넘기면서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15일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예정된 날이다.

정부와 광주시는 현대차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연착륙을 위해 임대주택·빛그린산단 진입도로·노사동반성장지원센터·공공어린이집·체육관 등 3000억원대 인프라를 깔기로 하고 우선 내년도 예산에 마중물 국비 100억여원을 요청해둔 상태다. 또 이와 별도로 합작법인 출자금 명목으로 시비 590억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했다.

협상이 무산될 경우 해당 사업들은 동력을 잃게 되고 사업비도 대폭 삭감될 수 밖에 없다.

시 협상단 측은 지역 노동계와 합의를 이끌어냈고 정치권과 정부부처가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어서 막판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들에 대한 이견 조율만 이뤄지면 극적인 타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로서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반값 연봉’ 대신 고임금을 지불해야 돼 경영적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고, 현 정부와 정치권의 통일된 입장에 등을 돌린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정치적 부담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이 무너진 광주 시민들의 반감, 기업 이미지 타격도 ‘짐’이 될 수 있다.

협상단 관계자는 “여러 상황이 녹록치는 않지만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통으로 보고 있다”며 “현대차와 노동계의 협조와 양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와 현대차는 빛그린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7000억원을 투입, 1000cc 미만 경형SUV를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것을 골자로 투자협약을 진행 중이다. 부지와 공장 설비를 합쳐 고정자산은 5000억원 이상,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 명,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勞)와 사(使), 행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게 기본 취지다. 사회적 대타협을 토대로 임금을 기존 대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하는 노동조건, 생산 방식 등을 정하고 경영에 있어 공동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일슈투트가르트 모델, 연봉 4000만원 일자리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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