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무너지고 죄는 세습된다…’사막 속의 흰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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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욱 = 천장에서 ‘우수수’ 모래가 떨어진다. 100년 된 고택(古宅)을 배경으로 수많은 작은 빛 조각이 어지럽게 날린다. 굉음과 함께 암전이 깔린다. 한 세기 동안 지역에 군림한 고택의 몰락이다.

어지럽게 날린 작은 빛은 고택 아래 집을 지은 흰개미 떼다. 조용히 집을 갉아먹던 흰개미 떼가 일시에 날아오르면서 영원불멸의 철옹성 같던 저택이 일순간 무너져내린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개관 기념작 ‘사막 속의 흰개미’는 흰개미 떼 서식지가 된 고택을 배경으로 한다.

고택 주인은 젊은 목사 ‘공석필’이다. 그는 무신론자지만 아버지를 이어 대형교회 목사가 됐다. 고택은 이 지역 최초의 교회였고 이 집 주인이 대대로 교회 주인이었다.

대다수가 그 교회 신도인 주민들은 이 집을 위해 기도하고 복을 기원했다. 그래서인지 이 집 마당의 나무들은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시드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겉보기엔 축복이라도 받은 듯한 이 저택은 속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가뭄에 동네 나무들이 다 시들어도 이 집 나무는 마르지 않은 까닭은 흰개미가 주변의 수분과 양분을 끊임없이 빨아들여 이 집 밑에 저장했기 때문이다.

마치 이 집의 주인들이 겉으로는 영성을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불의를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사막 속의 흰개미’는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 대본 공모’를 통해 선정된 황정은 작가 창작극이며,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황 작가는 12일 S씨어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관작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며 “살아가면서 어떤 믿음을 가졌는지, 믿음을 가져도 되는지, 가지고 있는 믿음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관객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무대는 애초 프로시니엄(전면무대)을 염두에 두었으나 300석 규모 블랙박스형 공연장인 ‘S씨어터’ 특성에 맞게 3면 무대로 재조정됐다.

김 연출은 “프로시니엄 무대에서는 이 극을 잘 설명하기 어려웠다”며 “S씨어터 특성을 살려 100년 된 고택과 마당 넓이를 표현하기 위해 객석을 옆으로 깔았고 관객이 극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게끔 구조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무너져가는 고택의 실체를 감추려는 이와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 사이의 긴장을 파고든다.

저택 주인 ‘석필’은 이 집의 기이한 현상이 흰개미 떼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곤충 연구원 ‘에밀리아’를 만난다. 이어 석필에게 신비한 여인 ‘임지한’이 찾아오면서 15년 전 그 날 그의 아버지 ‘태식’이 저지른 죄의 비밀이 밝혀진다.

황 작가는 “석필은 아버지의 죄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믿지만, 그에게 ‘그 자리에 있었던 죄’라는 작은 죄를 심어주고 싶었다”며 “앞 세대와 무관하다고 믿는 순간 작은 죄가 유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담아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석필 역을 맡은 배우 김주완은 “석필은 자신을 집안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가해자였고 현재 집의 주인”이라며 “집안의 악행을 이해했다기보다 집의 무게에 굴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25일까지 공연하며 티켓 가격은 R석 3만 원, S석 2만 원이다.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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