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살인… 국민이 만든 윤창호법, 꼭 통과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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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 씨가 병원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모습. 지난 10월 5일 윤 씨 부모가 뇌사상태인 아들의 손을 잡으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씨가 병원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모습. 지난 10월 5일 윤 씨 부모가 뇌사상태인 아들의 손을 잡으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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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중태에 빠져 있는 군인 윤창호(22‧카투사)씨. 이 사고는 윤씨 친구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윤씨의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기준 강화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윤창호법’의 초안을 만들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현행 ‘2회 위반’에서 ‘1회 위반’으로 바꾸고, 음주 수치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최저 0.05%에서 0.03%로 낮추며, 음주 수치별 처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고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시 살인죄를 적용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음주운전 치사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살인죄로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법이 시행되면 5년 이상의 징역, 그리고 사형까지 처벌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윤씨 친구들은 지난 10월 12일과 21일 두 차례 국회 정론관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윤창호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민진(고려대4‧휴학)씨는 첫번째 기자회견에서 대표로 자신들이 만든 법안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도 김씨와 친구들은 법안 대표발의자인 하태경 의원과 함께 법안 통과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학업도 중단하고 부산 해운대에 내려가 윤창호씨를 살피며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김씨와 10월 25일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휴학 하고 법안 발의에 뛰어들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과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10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과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10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세번째가 김민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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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호씨 사고가 있고 난 후 경황이 없었을 텐데.
“정말 경황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였고, 창호의 사고 소식이 들리자마자 바로 해운대로 내려갔다. 처음 며칠 동안엔 나를 포함한 창호 친구들 모두 넋이 나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나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호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청와대에 청원 글을 올리고 ‘윤창호법’ 만들기에 나섰다.”

– 학부생인데, 학업은 어떻게 하기로 한 건가.
“창호 사고가 있고 나서 계속 해운대에 있을 일이 많았다. 지금도 해운대에서 법안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창호를 면회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만나고, 법안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려면 학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주 전 중도휴학을 하고 아예 부산으로 내려왔다. 시민들에게 국민동의서를 탄원서 형식으로 받아 하태경 의원에게 전달하고, 국회에서 열릴 회의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 법안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나.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법을 발의하기 위해선 국회의 청원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청원으로 국회에 법을 발의해보려 했다. 그런데 청원을 위해선 국회의원 1명의 동의가 있어야 하더라. 우리보다 훨씬 법 지식이 많은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각종 논문과 도로교통 안전관리공단 사이트에 있는 다양한 자료를 찾으며 주장을 충실히 뒷받침할 근거를 정립했다.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었지만, 다행히 행정학과에 다니며 배운 법 지식을 활용해서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 만든 법안은 어떻게 하태경 의원에게 전달했나.
“국회 청원을 위해 사고가 났던 지역구 국회의원인 하태경 의원께 먼저 연락했다. 우리가 연락드린 이후로 의원님께서도 계속 적극적으로 연락해 주셨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원 동의 대신에 대표로 법안을 발의해 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다. 하 의원님이 ‘노력해보겠다’고 애매하게 말씀하셔서, 다른 국회의원께도 청원 동의 부탁 메일을 돌렸다. 그런데 이후에 하 의원님을 직접 만나뵙고 나니 다른 분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해주실 것 같아서 대표발의를 다시 부탁드렸다. 하 의원님이 이에 응해주셨다.”

– 법안이 초안 그대로 발의됐는데.
“하태경 의원님께선 우리가 낸 법안을 보고 ‘원안 그대로 내도 될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덕분에 실제 법안도 학생들끼리 만든 법안의 내용이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아직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기도 하다. 기자회견 이후에 공동발의를 위해 국회의원 103명에게 연서명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몇몇 의원들이 ‘과실치사’를 고의범이랑 똑같은 수위에서 처벌하기에는 법리적 한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법리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하 의원님과 많이 의논했다.”

“국민들이 관심 갖는다면, 국회 압박할 수 있을 것”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10월 12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 군의 이름을 딴 '윤창호법' 발의 기자회견을 윤창호군의 학우들과 함께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10월 12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 군의 이름을 딴 “윤창호법” 발의 기자회견을 윤창호군의 학우들과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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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리적 한계가 있더라도, ‘윤창호법’이 꼭 통과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법안이 갖는 가치 중에 가장 큰 건 국민이 발의한 법안이라는 점이다. 국민이 발의한 법안이라서 국회의원들도 더 신경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음주운전은 실수라는 이유로 감형을 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 생각한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본인뿐 아니라 주위 친인척, 지인들의 삶마저 무너지는 상황을 보면 생각에 더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음주운전 범죄를 줄여 제2의 윤창호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꼭 통과돼야 하는 가치 있는 법안이라 생각한다.”

– 음주운전 사고가 빈번함에도 윤창호씨의 사고에 범국민적 관심이 쏟아졌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이렇게 한 가지의 사건이 범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될 수 있던 건 ‘음주운전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창호의 친구인 우리가 나서 행동한 것도 컸다고 생각한다.

나도 뉴스에서 음주운전 사고 소식을 접하면, 그저 안타깝고 슬프다는 생각만 했지 불합리함에 맞서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내 주위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그런 일이 있자마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국민들께 알리고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행동했다. 행동하니 뉴스에 한두 번 나오다가 묻혀버렸을지도 모를 창호의 사고를 이제 전 국민이 알게 된 것 같다.”

– 국민적 관심은 법안 통과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내가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중도휴학까지 하고 법 통과를 위해 애쓰는 이유는 이렇게 국민적 관심이 뜨거울 때 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경을 헤치고 창호를 향하여’라는 블로그도 개설했다. 창호가 평소 좋아하던 말인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에서 따왔다.

청와대 청원 올린 후 대표 발의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동안 사람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사안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지금까지만큼 계속해서 관심을 보내주시면, 국회의원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빠르고 확실하게 윤창호법이 제정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 앞으로는 법안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인가.
“아무래도 법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 생각된다.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회의를 거쳤고, 이번 주 화요일(10월 23일)엔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교통위원회 관계자, 경찰청 관계자, 법조계 관계자, 입법조사처 조사관을 포함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앞으로도 이런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열었으면 하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나가다 보면 점점 법리적인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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