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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실점 린드블럼, 패전위기서 환호… ‘수호신’ 함덕주, 2이닝 잘지켜 2S
SK, 김광현 6이닝 무실점 쾌투에도 3회 선취점 후 타선 침묵해 아쉬움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KBO리그에서 가장 배트를 짧게 쥐는 타자다. 방망이를 쥔 양손은 노브(배트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에서 15cm가량 떨어져 있다. 방망이의 3분의 2 정도만 이용하는 극단적인 그립이다.
올해 정규시즌 막판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두산으로 돌아온 정수빈은 “난 원래 홈런 타자가 아니다. 경찰청에서 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짧게 쥔 배트가 내게 제일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훨씬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9년 두산에서 데뷔한 정수빈이 올해까지 10년간 친 홈런이 통산 19개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인 그로서는 최선의 생존법을 찾은 셈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그는 “홈런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을 구해낸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정수빈의 홈런 한 방이었다.
두산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선발 린드블럼의 호투와 8회에 터진 정수빈의 역전 2점 결승포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지던 두산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2승 2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하루 전 내린 비 때문에 이날 양 팀 에이스 맞대결이 성사됐다. 예정대로 왼손 에이스 김광현을 등판시킨 SK와 달리 두산은 당초 예고했던 이영하를 외국인 에이스 린드블럼으로 교체했다.
두 선발 투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품 투수전을 벌였다. 김광현은 6이닝 6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고, 린드블럼은 7이닝 3안타 10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7회까지 양 팀의 득점은 3회 SK 김강민의 적시타로 얻은 한 점이 유일했다.
SK가 3승 고지를 밟으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예약하는 듯 보였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 투수 산체스를 7회부터 투입하며 승기를 굳히려 했다.
극적인 반전은 8회초 두산의 공격 때 일어났다. 1사 1루에서 정수빈은 산체스의 4구째 빠른 직구(시속 153km)에 간결한 스윙을 했다. 그런데 방망이 중심에 맞은 타구가 쭉쭉 뻗어가더니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는 110m.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정수빈은 두 팔을 벌려 환호했고, 산체스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경기 초반 잇단 득점 찬스를 놓치며 끌려가던 두산은 정수빈의 홈런 한 방으로 기사회생했다.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정수빈은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산은 2-1로 앞선 8회말부터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함덕주는 한국시리즈 2세이브째를 따냈다.
지난 3경기에서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했던 두산 수비진은 모처럼 제 모습을 찾았다. 3회 3루수 허경민은 SK 김동엽의 좌익선상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 후 안정적인 송구로 아웃시켰고, 8회에는 1루수 류지혁이 한동민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5차전은 1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두산은 후랭코프, SK는 박종훈이 선발 등판한다.
인천=이헌재 [email protected]·조응형 기자
▼“우리다운 수비 나와 더욱 자신감”▼
△두산 김태형 감독=(정)수빈이가 생각도 못 하게 정말, 정말…. 사실 맞는 순간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한동민이 따라가서 잡히는 줄 알았다. 7회 린드블럼이 지친 느낌이었는데 (양)의지가 공이 괜찮다고 해서 더 맡겼다. 두산답게 수비를 잘했다.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것이라 기대한다. 좋은 분위기로 안방인 잠실까지 가게 돼서 다행이다.
▼“3회 만루기회 놓쳐 못내 아쉬움”▼
△SK 힐만 감독=3회말 만루 기회에서 점수를 못낸 게 아쉽다. 타선이 너무 긴장한 것 같다. 좀 더 집중력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광현의 투구 수(90개)를 봤을 때 7회 올릴 생각은 없었다. 산체스가 정수빈에게 맞은 홈런은 공이 한가운데로 몰렸다. 그 실투가 아쉽다. 오늘 두산 수비가 좋았다. 김동엽, 한동민의 안타성 타구를 잘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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