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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17)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는 퇴직연금 관련 용어의 난해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는 퇴직연금 관련 용어의 난해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퇴직연금이란 말부터 어렵다. 퇴직은 알겠고 연금도 알겠는데, 퇴직연금이란 용어는 익숙하지 않으면 참 어렵게 느껴진다. 게다가 퇴직연금 사업자와 사용자는 뭐고, 확정급여형·확정기여형은 뭔지. 이에 더해 개인형 퇴직연금제도는 또 무슨 말인가. 대략난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퇴직연금 기금형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이쯤 되면 에라 모르겠다. ‘알아서들 하슈~’라며 자포자기 심정이지만 그래도 내 돈이기 때문에 알기는 알아야겠고…. 그래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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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기업연금으로 명명하자는 의견도
퇴직연금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도 전문가와 담당 정부부처들도 용어 때문에 고민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 예로 퇴직연금이란 용어 대신 세계적 공통 용어인 기업연금이라고 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기업연금이라고 할 경우 기업 종사자한테만 가입 자격을 준다는 의미가 돼 결국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연관성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퇴직연금으로 귀착됐다. 퇴직이란 말의 뉘앙스가 부정적임에도 어쩔 수 없었다.
퇴직연금이라는 용어는 어느 정도 알려진 개념이 되었지만 퇴직연금 관련 용어가 참 어렵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상황이다. [사진 pixabay]
하지만 이제는 이 퇴직연금이라는 용어는 어느 정도 널리 알려진 개념이 되었다. 아무튼 퇴직연금 관련 용어가 참 어렵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오면서 만든 연금제도를 받아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면도 있다. 그런 차원을 이해하면서 기금형에 대해 알아보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우리나라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퇴직연금 가입자와 사업자가 규약을 통해 계약을 맺는 계약형과 대비된다. 이 제도는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사외에 독립된 퇴직연금 관리 법인(수탁법인)을 설립하고 전문가·근로자·사용자로 구성된 이사회나 운영위원회가 관리업무와 자산운용업무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이점은 계약형의 난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약형은 제도운영의 편의성이나 단순함 등의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운영결과가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로 운용되고, 가입자의 위험 대비 수익률 보장 기능이 미약하며, 투자에 소극적이고 자산운용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기금형은 다음의 장점이 있다. 첫째, 자산운용 전문가들의 참여와 노사의 합의 메커니즘을 통한 적절한 수익률 창출 구조가 만들어진다. 둘째, 이 때문에 비교적 합리적으로 위험을 고려한 투자도 가능해진다. 셋째, 자산운용에 노조가 참여해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물론 기금형이라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립금 운용과 관련한 전문성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전문가의 도덕적 해이를 방어할 기제가 확실하지 않으면 노사 간에 파워게임이 벌어지면서 전문성을 살릴 수 없다. 또한 수익률 향상을 성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나타나 계약형보다 고위험 자산운용을 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제3자의 객관적 감시인제도가 반드시 갖추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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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쥐꼬리 수익률’ 계약형의 대안
기금형을 도입하려는 이유에는 현재 계약형으로는 수익률 상승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금형의 도입은 초기에 활발히 논의되었지만 제도가 복잡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흐지부지 되었다. [사진 pixabay]
그러나 이런 난점에도 불구하고 기금형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의 계약형으로는 수익률 상승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도 도입 13년째인 지금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이 1.88%라는 결과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낫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이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자면 가입자의 노후자금을 까먹고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처럼 가입자에게 자산운용을 전적으로 맡겨 놓다가는 퇴직연금의 핵심 역할인 노후소득 증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입자더러 무조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다소 복잡하고 어렵지만 기금형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퇴직연금제도는 계약형이나 기금형 한 가지로 운용될 경우 가입자 친화적인 진화를 기대하기 힘들어 제도 활용 다각화나 보완적 측면에서 기금형의 도입이 필요하다.
기금형을 도입해 발전된 형태로 가입자를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기금형 도입을 위한 법의 개정은 더디기만 하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에서 기금형의 도입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초기에 활발히 논의되었지만, 제도가 복잡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퇴직연금 제도의 조기 정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계약형 위주로 시행에 들어간 면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가는 현시점에서보다 발전된 형태로 가입자를 보호하는 방편이 된다는 면에서 기금형은 도입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금형 도입을 위한 법의 개정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기금형 도입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개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퇴직연금은 임금의 후불적 지급이라는 성격으로 근로자의 노후소득 증대를 가져올 수 있어 현 정부가 목을 매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하다. 왜냐하면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는 1년 미만 근속자에 대한 퇴직급여지급에 관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2005년 시행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2012년 한번 개정된 이래 아직까지 손질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퇴직연금제도의 환경은 많이 변했다. 가입자의 이익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국회의 진취적인 논의를 기대해 본다.
김성일 (주)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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