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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부품 대부분은 발열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전력을 많이 쓸수록 혹은 높은 속도로 작동할수록 화끈한 기운을 피할 수 없다. 설계에 따른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발열을 최대한 억제하고 실제 작동 가능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제조사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냉각장치를 크게 만들거나 수랭식 기술을 도입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PC의 주요 부품 중 하나인 프로세서(CPU)도 마찬가지다. 여러 데이터를 처리하며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에 영향을 주는 프로세서는 그 역할만큼 발열 억제에 대한 노력도 상당하다. 안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최근 출시된 9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발열 해소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것이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열을 해소하고 칩을 보호하는 방법 ‘히트스프레더’
과거 프로세서는 칩(코어)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가장 확실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발열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 흔히 프로세서를 장착하면 그 위에 냉각장치를 올리고 그 사이에 열전도 물질을 바른다. 이 열전도 물질의 성능과 냉각장치의 크기에 따라 발열 해소 능력이 각각 달랐다. 성능을 더 높이는 작업(오버클럭)을 시도하기 위해 큰 냉각장치를 선택하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장착 과정에서 일부 코어가 파손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조립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코어를 보호하고 열전도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덮개(?)인 히트스프레더(Heatspreader)를 적용하게 되었다. 인텔은 이를 ‘통합 히트스프레더(IHS – Integrated HeatSpreaders)’라 부른다.
히트스프레더의 적용은 프로세서 조립에 따른 불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데, 바로 열전도 능력이다.
과거 코어와 냉각장치가 바로 맞닿는 구조라면 위험요소는 있어도 냉각 성능은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히트스프레더는 코어와 완전히 맞닿는 구조가 아니어서 이 사이의 공간을 어떻게 채우는가 여부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간격이 크게 벌어지고 그 사이를 채우는 열전도 물질의 성능이 떨어지면 발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히트스프레더를 사용하면서 코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나아가 냉각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이를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STIM(Solder Thermal Interface Material)이다. 흔히 ‘접합식 온도 전달 물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코어와 히트스프레더 사이를 접합하는 ‘STIM’
프로세서 구조는 간단히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조금 복잡한 형태를 갖는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프로세서는 기판 위에 코어가 놓이는데 그 사이에는 전류를 보내기 위한 납땜이 이뤄진다. 여기까지가 과거 코어가 노출되던 시절의 프로세서 구조와 같다. 하지만 열전도 덮개(히트스프레더)가 적용된 지금의 프로세서는 기판 주변을 고정하면서 코어를 덮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히트스프레더가 코어를 덮으면서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샌디브릿지까지는 이를 접합하는 ‘솔더링(Soldering)’ 방식을 채택해 왔다. 인듐(Indium)이라는 희귀물질을 사용해 실리콘 코어와 히트스프레더 재질인 구리와 접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접합 방식이 아닌 내부에 열전도 혼합물(Thermal Compound)을 도포하는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 방식으로 변경됐다가 9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와서 다시 STIM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STIM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열전도 능력이다. 인듐은 열전도율이 약 80W/mK 정도에 달한다. 구리가 약 400W/mK 정도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열전도 혼합물에 대비 높은 수치를 갖는다. 또한 인듐은 연성이 뛰어나므로 프로세서 내부가 열에 의해 팽창해도 손상을 크게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전도 성능이나 내구성 등 이점이 상당하다.
결국 성능 위해 돌아온 ‘STIM’
문제는 가격과 제조의 어려움 등이다. 먼저 가격을 보자. 한국광물자원공사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1월 기준 인듐 가격은 kg당 237.5 달러(원화 환산 약 26만 6,000원 상당)다. 이것도 인하된 수치로 약 6개월 전에는 340달러(원화 환산 약 38만 1,000원 상당), 2014년에는 800달러 전후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전에는 2015년 이후에는 일부를 제외하면 약 250~300달러 수준을 유지해 왔다.
히트스프레더 자체도 구리로 만들지만 내구성을 위해 여러 금속을 사용하게 된다. 니켈, 금, 은, 팔라듐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구하기 어렵고 가격이 높은 금속들이다. 희귀 금속은 가격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단순히 비용을 들이는 것 이상의 복잡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제조상의 어려움도 있다. 인듐은 접합 과정에서 코어와 히트스프레더를 잡아 당기게 되는데, 이 때 변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인듐 접합부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열전도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열저항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코어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인듐 접합에 의한 균열은 흔히 코어의 크기가 작을수록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미세 공정이 적용되며 점차 코어 크기가 작아진 코어 프로세서는 접합 방식에 의한 이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9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는 접합 방식을 적용했을까? 기존 2~4 코어 기반에서 코어 수가 2~3배 가량 늘었고, 내장 그래픽 성능도 향상되면서 코어 면적이 커졌다. 이는 접합 방식 적용의 난이도를 낮춰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높은 속도로 작동(3.6~3.7GHz)하고 오버클럭을 지원하면서 발생하게 될 열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필요해졌다. 결국 성능에 대한 시장의 열망, 기술적 완성도 등이 맞물리면서 지금의 9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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