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_1]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좀 야하긴 했어. 15세 수위 치곤 너무 디테일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 정도 가지고 그래”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시청자 반응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건 취향의 다양성으로 보인다. 특히 13회는 혼자 시청한 경우와 청소년 자식들과 함께 시청한 부모였다면 다르게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조금 불편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순수 로맨스물은 후반 들면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다. 사건과 서사 위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이 이뤄져 달달함도 한 두번이지, 매번 이 모습과 장면으로 갈 수는 없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마저도 종반 들면서 질척거리지 않았나. 이럴 때는 제작진이 긴장감이 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멜로 외에 다른 요소까지 포함시키는 복합장르적 장치를 활용한다.
하지만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꿋꿋하게 순수 로맨스만으로 가고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직장의 CEO(부회장)과 부속실, 비서의 업무가 있기는 하지만, 어릴 적 유괴사건으로 트라우마의 기억 외에는 별다른 서사가 없는 드라마다. 대부분을 영준 부회장(박서준)과 비서 김미소(박민영) 두 사람의 멜로로 끌고가야 한다.
그럼 어디에 방점을 두고 매력 포인트로 만들어 자칫 달아날 수도 있는 시청자들을 꼭 붙들어 놓을 수 있을까?
그 중 하나로 순수하게 사랑하는 영준과 미소의 성적인 욕망까지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직전까지 간다. 영준이 자신과 음난마귀가 싸우는 모습은 충분히 인간적이다. 하지만 ‘15금’에서 성적인 장면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사랑하는 남녀가 뭔가를 할라치면 전화가 오거나 해서 흐름을 끊어버린다. ‘김비서’에서도 영준의 친구 유식(강기영)의 전화가 온다. 하지만 이 전화는 기존 멜로물처럼 둘 간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욕망을 자극하고 상상하게 한다.
애정행각중 홀로 남은 김미소는 영준이 풀어버린 블라우스 리본을 다시 매어야 할지, 풀린 채 그대로 있어야 할 지 갈등하며(사실 어떤 방식을 선택해도 어색하다) 스스로 “아이 챙피해”라며 얼굴을 붉힌다.
친구 유식의 전화는 멜로를 끊은 게 아니라, 멜로를 무한 상상하게 했다. 그 점에서 그 때의 멜로는 ‘상상플러스’요 ‘무한도전’이 된다.
좀 더 나아간 이들의 애정표현이 그나마 용납 내지 수용되는 것은 사회적 위치(부회장과 비서)나 상황과 관계 없이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얘기(멜로의 진정성)라는 점과 대놓고 저질스럽게 보이지 않는 점 때문이다. 호감도 높은 두 남녀가 그들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너무 멋있고 예쁘다고 한다. 박서준의 능수능란한 키스도 오히려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그럼에도 반론도 있다. 영준이 미소 집에 찾아가 같이 자자고 하거나 영준의 과격, 과감한 키스가 데이트 폭력을 연상하게 하는 등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미투의 시대, 젠더 감수성을 그 어느때보다 신경을 쓰야 하는 이때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같은 멜로물이 나온 건 오히려 반갑다.
멜로는 규정이 없다. 그러니 규정집이 없다. 상황이고 느낌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멜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울 수 있는 때다. ‘김비서’에서 직장상사와 애인 모드의 수시 변화를 따라잡기에도 벅찬 시청자도 있을 수 있다. ‘불편러’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는 또다른 감성으로 다가오는 김비서의 ‘체험멜로’는 시청자를 기분좋게 한다. 퇴근 후 직장인들이 이런 멜로물 보는 맛이라도 있어야 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같은 멜로물은 이런 다양한 대중의 반응(욕망)을 체크할 수 있다. 멜로보수주의자들의 정서적 가치관도 조금 변할 수 있다. 이런 걸 거쳐보는 건 멜로의 진화이자 건강함이다.
[ad_2]
Source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