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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26 03:00
강서구 사건으로 본 가정폭력
한평생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전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세 딸이 “아버지를 사형시켜 달라”고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국민청원이 12만명의 동의를 끌어냈다. 지난 22일 새벽 4시 45분, 피해자 이모(47)씨가 서울 강서구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남편 김모(49·무직)씨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숨진 이씨와 김씨는 지난 2015년 이혼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김씨의 가정 폭력이 이유였다. 법원도 김씨에게 수차례 접근금지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집요하게 가족을 찾아 폭행했다. 자신의 우울증 병력을 빌미로 “아내를 살해해도 6개월이면 나올 수 있다”고 협박했다.
숨진 이씨는 전남편을 피하기 위해 보호시설을 포함해 4년간 여섯 번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자신의 차량에 몰래 GPS(위성항법장치)를 붙여 위치를 추적하고, 신원을 숨기기 위해 가발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전남편의 광기를 끝내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25일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정 폭력 방지 대책을 수없이 세웠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번 사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한국 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은 나흘에 한 명꼴로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다. 살인 미수까지 합치면 사흘에 두 명꼴로 피해자가 나온다. 남편이나 남성 연인에게 살해된 여성이 작년 한 해 최소 85명, 살인 미수에 그친 경우가 188명이었다. 그냥 묻힌 사건 빼고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헤아린 수치다.
가해자 셋 중 하나(35%)가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거부해 살해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 범인도 “이혼 과정에서 감정이 쌓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기혼 여성 8명 중 1명(12%)이 가정 폭력을 겪은 적 있다는 통계도 있다(여성가족부·2016년 기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 금지 명령도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접근 금지 명령은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피해자 주거지·직장 등에서 100m 이내로 못 오고, 연락도 못하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어겨봤자 과태료 300만~500만원만 물면 그만이다.
여성 폭력 피해를 주로 다루는 이은의 변호사는 “폭력을 저지른 남성이 접근 금지 명령을 어겨도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하거나 격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와 달리 미국 대부분 주(州)에는 ‘의무 체포제’가 있다. 가정 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한다. 조주은 여성가족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미국에선 가정 폭력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 자녀들의 표정, 화분 등 집기 상태까지 꼼꼼하게 확인한다”면서 “우리나라는 그런 가이드라인이 없어 (겁먹은) 피해자가 ‘그냥 가시라’고 하면 바로 자리를 떠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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