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日책임 판결…文-아베 발언으로 본 한일관계 냉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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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최종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판결이 내려진 30일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상황을 주시했다.

다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법원 판결 직후 외교부·법무부·행정안전부 등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해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대법원의 오늘 판결과 관련된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속히 그리고 최대한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피해복구가 원천 불가능하다는 일본 법원 판결이 국내에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날 대법원 판결로 향후 한일관계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당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한국) 대법원 판결은 한일 협력의 법적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국제재판을 포함해 모든 선택사항을 시야에 넣겠다”고 강경한 담화를 발표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놓고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강제징용에 대한 법리 판단 외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위안부 피해자 합의, 화해치유재단 성격, 소녀상 설치 문제 등 과거사는 물론 북핵 문제 접근법을 놓고도 충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았을 때 아베 총리와 가진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혜롭게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강제징용 소송 건은 삼권분립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제 식민지배라는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에서 맺어진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근거로 소녀상 철거 등의 주장을 계속하는 데 대한 반발 차원으로 해석됐다.

앞서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환영 리셉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아베 총리의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다. 총리께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 이후가 고비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의사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한미 협동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일침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된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부딪쳤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게 국제원칙”이라며 “일본은 그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속을 지켜온 만큼 한국 정부도 약속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그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지, 정부 간의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계속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응수했다.

당시 정상회담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주장을 커다란 서류뭉치를 가져다놓고 읽기만 했다. 문 대통령이 많이 참는 것 같았다. 그 과정에 내정간섭과 주권 등의 발언이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3.1절 서대문 형무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도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고 우리 고유의 영토”라며 “지금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일본의 과거사 부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 셈이다.

올해 8.15 경축사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독립 투쟁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했다.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다”며 각을 세웠다.

하지만 아베 총리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한국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에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에 역행하는 듯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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