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안보대화 열려…영 유력지 편집장, 홍콩 입국 거부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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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중국이 9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외교안보대화를 가졌습니다. 영국 유력신문 파이낸셜타임스 아시아지역 편집장이 홍콩 입국을 거부당해 논란이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중으로 필리핀을 방문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9일 워싱턴에서 미-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군요?

기자) 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안보 책임자들이 9일 워싱턴에서 주요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첫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했는데요. 1년 반 만에 다시 고위급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게 된 겁니다. 미국에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나섰고요. 중국 쪽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웨이펑허 국방부장이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외교,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최고위 당국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습니까?

기자) 네, 이들은 국무부 청사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First I expressed our meeting today…”

기자) 폼페오 장관은 우선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했던 대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또 미국은 현재 대이란 문제와 관련, 이란산 석유 수출을 ‘0’로 만들기 위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중국 에너지 기업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폼페오 장관은 중국 측에 남중국해상의 군사화 중단을 촉구했고요. 또 중국내 종교의 자유와 소수민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I stated the U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ies…”

기자) 폼페오 장관은 미국과 국제사회는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무슬림들과 티벳 불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중국에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재교육센터 폐쇄를 촉구하면서, 위구르 정책에 책임 있는 중국 고위당국자들을 제재해달라는 서한을 지난 8월과 9월,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등 주무기관에 보낸 바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또 타이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다며, 중국은 타이완의 현 위치를 일방적으로 변경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측은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양측의 대화가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며 중국과 미국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또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신장 자치구와 티벳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정부와 현지 주민은 원할히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 정치국원은 또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은 중국의 주권이고 국민을 위한 것이며, 필요한 안보장치이자 외부의 잠재적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 당국자들 모두, 이번 일정에 기대를 나타냈었죠?

기자) 네, 당초 이 일정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하려다가 연기됐는데요. 최근 양국이 협상을 모색하면서 다시 성사된 터라 양국 모두 기대감을 나타냈었습니다. 테리 브랜스테드 중국주재 미국대사도 전날(8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쟁점에 “솔직한 의견교환”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브랜스테드 대사는 남중국해 문제, 중국 내 인권, 그리고 북한관련 현안을 이번 2차 외교안보대화 최우선 의제로 꼽았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에서는 어땠습니까?

기자) “이번 대화가 매우 좋은 성과를 도출하길 바란다”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화 대변인은 “며칠 전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한 뒤, 실무진끼리 협상 재개를 지시했다”고 이번 대화 실현 과정을 소개했는데요.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두 나라 사이 “갈등을 원만하게 통제하고 협력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양국 갈등을 원만하게 통제하길 바란다’고 했는데, 갈등을 일으키는 쟁점들에 무역 갈등이 제일 컸죠?

기자) 네, 경제 문제지만, 큰 틀에서 외교 현안으로 이번 대화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양제츠 정치국원은 입장 차이가 있지만 대화를 통해 무역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역 전쟁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피해를 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남중국해와 타이완 문제였는데요. 기자회견에서 양제츠 위원이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분명히 확인하라고 요청했는데요, 양측의 입장 차를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진행자) 무역과 남중국해, 중국 인권, 북한문제, 하나같이 어려운 쟁점들인데, 이번 대화에서 어떤 성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당초 이번 대화에서 딱 떨어지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없었습니다. 조만간 두 나라 정상이 만나기 때문에, 주요 현안을 정리하는 일정 정도로, 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봤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 회담할 예정입니다.

빅터 맬릿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아시아 편집장. 지난달 홍콩에서 추방된 후 8일 다시 입국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했다.

빅터 맬릿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아시아 편집장. 지난달 홍콩에서 추방된 후 8일 다시 입국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영국 언론인이 홍콩 입국을 거부당한 일이 논란이군요?

기자) 네. 영국 유력신문 파이낸셜타임스의 빅터 맬릿 아시아지역 편집장이 8일 홍콩 입국을 거부당했습니다. 맬릿 편집장은 2016년부터 홍콩에 주재했는데요. 지난달 현지 당국으로부터 비자 연장을 불허된 뒤, 이날 관광 비자로 들어오려다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사실상 추방됐습니다. 서방 주요 국가들은 중국의 극명한 언론 탄압 사례로 항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2016년부터 주재해온 기자가, 사실상 추방된 이유는 뭡니까?

기자) “홍콩 당국이 비자연장 불허 사유 조차 제시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 측은 앞서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번 입국 거부 이유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는데요. 영국 언론은, 맬릿 편집장이 중국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한 것을 배경으로 꼽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에 불리한 보도라면, 어떤 거죠?

기자) 맬릿 편집장은 지난 여름 홍콩외신기자클럽(FCC)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홍콩민족당 앤디 찬 대표 초청 간담회를 주관했습니다. 홍콩민족당은 중국을 상대로 ‘자주독립’을 주장하는 반체제 정당인데요. 당국은 간담회 취소를 요구했지만, FCC측은 예정된 일정을 강행했습니다. 앤디 찬 대표는 이 간담회에서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결국 홍콩 보안국은 지난 9월, 홍콩민족당의 정당 활동을 금지시켰습니다.

진행자)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측의 정당활동을 금지시키고, 간담회를 주최한 외신기자도 입국하지 못하게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맬릿 편집장의 비자연장 불허 직후 영국 외무부가 항의하고 나섰는데요. 성명을 통해 “높은 자율성과 언론자유는 홍콩을 구성하는 핵심”이라며, “이는 완전하게 존중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영국은 지난 1997년까지 홍콩을 조차 통치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와 서구식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중국은 홍콩을 반환 받은 뒤 자치권과 집회·결사, 언론, 표현의 자유 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런 약속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홍콩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멜릿 편집장 사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중국에서 외신기자들이 겪는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당국을 비난했는데요. 홍콩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 단체들의 비난 여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에서도 언론인과 정부 당국이 크게 갈등을 겪는 일이 있었죠?

기자) 네. CNN방송 짐 오커스타 기자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회견에서 설전을 벌인 직후 백악관 출입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요. 마이크를 거둬가려는 여성 인턴직원의 몸에 손을 댄 행동이 직접적인 사유였지만,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CNN의 논조가 더 근본적인 원인인 것으로 미국 언론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오커스타 기자 사이에 어떤 설전이 있었나요?

기자) 오커스타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비판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중남미에서 미국 남부 국경으로 접근해 망명을 신청하는 ‘캐러밴’들을 왜 악마화하느냐고 물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들어오려면 합법적으로 하기 바란다고 답하면서, 이제 질문을 그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오커스타 기자가 러시아 유착 의혹 등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CNN은 가짜 뉴스’라며 질문을 끊었고요. 이 과정에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백악관 여성 인턴과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이달 중순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이달 중순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중으로 필리핀을 방문하는군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이번 달 필리핀을 국빈방문합니다. 시 주석의 방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요. 중국 주석이 필리핀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1975년 양국 수교 후 8번째입니다. 시 주석은 이번 필리핀 방문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시 주석의 정확한 방문 날짜는 아직 발표가 나오지 않았는데요. 11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와 파푸아뉴기니에서 17일과 18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끝나는 18일 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중국과 필리핀이 급속도로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필리핀은 양국 간의 오랜 갈등 요인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몹시 껄끄러운 관계였는데요.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양국의 관계 개선을 본격적으로 꾀하면서, 반면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은 멀리하는 행보를 보여, 서방국가들은 물론이고 대다수 필리핀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던졌습니다. 현재 두 지도자는 양국의 주요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중국의 대필리핀 투자 방안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진행자) 앞서 시 주석이 이번 방문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어떤 구체적인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은 1천690억 달러 규모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건설을 강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요. 철도와 교량을 비롯한 각종 사회기간 시설 건설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현지 언론들은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닐라에서 비콜 반도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위한 33억 달러 규모의 차관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 6억 달러 규모의 민다나오섬 철도 건설에도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고요. 이밖에 남중국해 해저 공동탐사작업 발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그간 석유·가스 공동탐사 작업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고요.

기자) 네, 양국은 올들어 필리핀 팔라완섬 인근 해역에 대한 석유· 가스 공동탐사 작업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해왔습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해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길 원하고 있지만, 외국의 전문기술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요. 중국으로서는 이를 통해 역내에서 좋은 이웃국이라는 이미지 개선을 원하고 있어, 두 나라의 이해타산이 들어맞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만약 공동탐사가 성사될 경우, 중국은 40%의 지분만 갖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의 이런 대규모 투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24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개발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일각에서는 필리핀이 중국으로부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차관을 받게 될지, 또 그로 인해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처럼 막대한 부채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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