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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원정대와 함께 유럽에 전파된 매독, 전 유럽 인구 15% 생명 앗아가
美·日에 이어 한국도 최근 5년새 매독 환자 ‘급증세’
국내 매독 환자 수가 5년 새 3배 가까이 증가세를 보이며 이른바 ‘사라진 질병’으로 통용되던 매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21일 질병관리본부가 국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매독 환자는 2013년 776명에서 2017년 2138명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20대 매독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2013년 258명에서 2017년 787명으로 늘어나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매독은 성적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이 그 원인으로, 성기 또는 항문 주위 등에 통증 없는 궤양이 생겼다 호전되며 수주 후 전신에 발진과 함께 두통과 발열을 동반해 장기 손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성병이다.
최근 5년 사이 군부대 내 매독 발생 건수 또한 5배가량 증가했다.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독 발생 건수가 2013년 38건에서 2017년 201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매독 발생 증가 원인을 “사회적으로 매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매독의 기원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풍토성 성병을 콜럼버스 원정대가 옮겨 유럽에 전파했다는 설이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 지고 있다.
전 유럽 인구 15% 생명 앗아간 무서운 질병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보들레르, 에이브러햄 링컨, 빈센트 반 고흐, 니체, 오스카 와일드, 아돌프 히틀러. 모두 뛰어난 천재성과 업적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지만,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매독 환자라는 점이다.
슈만 사후 발견된 그의 메모에는 “나는 매독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 쓰여 있어 그의 사인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켰고,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의 증세는 ‘초기 발열 1년 이내 이명 등 제8뇌신경 손상에 따른 난청이 이어지면서 고음에 둔감해진다’는 매독의 증상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그런데 왜 그들의 사인에 매독은 언급되지 않았을까?
독립 사학자로 ‘천재, 광인, 그리고 매독의 신비’를 쓴 데버러 헤이든은 당시 유럽에서 매독이란 병명을 필사적으로 감추려 한 이유를 “매독은 성병이었고, 이는 문란한 성생활에서 얻는 치욕적 질병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콜럼버스 원정대의 유럽 귀환 직후인 1493년을 기점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확산된 매독은 매음굴을 통해 퍼져나갔고, 왕실과 교회는 매춘의 원인으로 아메리카의 음란한 인디언을 지목하며 매독이 혼외정사에 따른 신의 저주임을 선포했다. 난잡한 성생활은 지탄의 대상이 됐고, 반대급부로 처녀성과 동정은 고귀한 것으로 추앙받았으며 오직 일부일처제와 성적 금욕만이 매독의 유일한 방제 책인 시기였다.
시카고대학 소아과 명예교수 로버트 펄먼은 자신의 책 ‘진화의 의학’에서 “만약 매독이 우리의 성적 규범이 되지 못했다면 순결이나 일부일처제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두고 매춘에 대해 반목하는 현상은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1939년 5월 15일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 봄이 오면 매독이 재발하고, 매독이 우울증과 자살을 불러오며, 뇌질환으로 인해 범죄를 유발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조선 민족의 3대 독은 결핵·기생충·그리고 매독
현존하는 매독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이수광의 지봉유설로 매독을 지칭하는 ‘천포창(天疱瘡)’이 서양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조선으로 정덕연간(1505~1521)에 전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잡병편 천포창 항목은 그 증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천포창은 일명 양매창이라고도 하며, 남녀가 방실에서 거하는 성생활로 인해 전염되며 증상은 화끈거리며 달아오르고 벌겋게 되어 진물이 흐르며 가렵고 아프다”
천연두로 알려진 지석영은 의학교 교장으로 재직 당시 ‘양매창론’이란 글을 통해 조선의 매독환자와 그 폐해를 상세히 알렸다. 외과환자의 70~80%가 매독환자였다는 대목에서 당대 매독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1911년 매독치료제 살바르산이 개발됐으나 일반 노동자 월급과 맞먹는 높은 가격에 가난한 환자들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1933년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제지공장 하수구에 때아닌 매독 환자들이 몰려들었는데, 공장에서 방류하는 공업용수가 성병에 좋다고 소문이 나자 약값이 없던 가난한 환자들이 찾아가며 빚어진 촌극이었다.
최근 매독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매독 확산 방지를 알리는 캠페인.
미국·일본 나란히 매독 환자 증가세
가까운 일본에서도 매독 확산으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일본 매독 환자는 5820명으로 2012년 865명에서 5년 새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3년 이후 매독 환자가 5000명 선을 넘어서자 보건당국은 뒤늦게 확산 방지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
미국 또한 매독 환자가 늘어나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월 발표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데이터에 따르면 매독이 직전 통계 대비 76% 증가한 3만 644건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매독의 경우 성적 파트너의 성별이 알려진 경우 70%가 양성애 및 동성애 등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으로 파악됐다.
한편 최근 매독 환자 급증의 원인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결혼이 늦어지고 자유로운 성관계가 보편화되면서 20~30대 성병 환자가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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