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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중인 사람이 비만인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사진)‧홍성진 교수팀과 서울백병원 심장내과 김병규 교수 연구팀은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저체중 환자들이 정상 체중 또는 비만인 환자들보다 시술 후 주요 심뇌혈관 합병증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혈관질환 연구에서 일부 확인된 ‘비만 패러독스 현상(Obesity paradox‧비만 환자가 오히려 임상 성적이 더 우수하게 관찰 되는 현상)’이 한국인 스탠트 중재 시술 환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전국 주요 병원 26곳에서 스탠트 중재시술을 받은 5264명 환자들을 WHO에 정한 체질량지수(BMI‧kg/㎡)에 따라 저체중(18.5 미만), 정상 체중(18.5 이상~25 미만), 과체중(25 이상~30 미만), 비만(30 이상) 등 4개 그룹으로 나누고 합병증 발생률을 비교했다.
환자별로 중재 시술 후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 발병률과 스탠트 중재 재시술, 사망률 등을 분기별로 한 차례씩, 총 12개월간 조사했다.
조사 환자군은 최근 5년 사이 신세대 최신 약물방출 스탠트로 중재시술을 받은 이들로 선정했다. 이전 연구들은 주로 일반 금속재질의 스탠트나 초기 1세대 약물방출 스탠트를 대상으로 진행돼, 성능이 대폭 향상된 신세대 약물방출 스탠트 중재 시술도 유사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 결과 과체중 구간대에서 합병증 위험이 가장 낮고 저체중과 고도 비만으로 갈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는 J커브 현상이 국내 환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과체중 경계인 BMI 지수가 24.5를 기준으로 1이 낮아질 때마다 1년 내 주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7%씩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주요 심장혈관 및 뇌혈관질환(MACCE)’ 발생 위험도가 정상군 대비 저체중군이 2.05배에 이르는 반면, 과체중군은 0.81배, 비만군은 0.7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장혈관질환 관련 사망위험에서도 정상군 대비 저체중군이 2.36배에 달하는 반면 비만군은 0.72배로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아울러 1년 이내 중재 시술을 다시 받는 재시술 비율 또한 저체중군은 정상 체중 환자군 대비 3배 이상에 이르렀으나 비만인 환자군은 0.74배에 머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에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중재시술을 받은 저체중군 환자들의 관상동맥 석회화 비율이 다른 군보다 높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혈관 석회화는 혈관 벽에 칼슘이 다른 노폐물과 함께 축적되면서 동맥혈관을 좁아지게 하고 탄력성을 잃게 하여 관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증상이다.
저체중 군에서 혈관 석회화가 있는 비율은 20%로 정상군 중 9.2%, 과체중군 중 6.4%, 비만군 중 5.0%와 비교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체중이 기본적으로 영양섭취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만큼 저체중군의 전신 건강이 정상군이나 비만군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점도 가능성 있는 원인으로 제시됐다.
저체중을 초래하는 암이나 자가 면역질환,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동반질환에서 기인한 위험이 심장혈관 및 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도 이러한 결과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야하며 환자들의 불필요한 체중 증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비만으로 갈수록 당뇨나 고혈압, 혈중 내 지질 또는 지방성분이 과다한 ‘이상지질혈증’ 발병 빈도가 같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만을 스탠트 시술 후 심혈관질환의 예방 요소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연구 결과는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통한 각자 체형에 따른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제한적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혈관질환 분야 국제학술지 ‘Atherosclerosis’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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