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이 사우디 왕실 때리자 트럼프도 눈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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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AP=연합뉴스]

에르도안.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세계의 눈이 사건이 발생한 터키에 쏠려 있다. 반인권적인 암살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AP통신 등 외신들도 앞다퉈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의 스카이뉴스는 23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시신이 토막나고 얼굴 역시 훼손된 채로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 관저 정원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물증을 처리하기 위해 카슈끄지 시신을 카펫에 감아서 현지 조력자에게 넘겼다’는 사우디 측의 설명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 보도 외에도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치열한 외교전과 물밑 협상에 대해서도 전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속내는 이번 사건을 최대한 활용해 대(對) 미국 및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우월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 사우디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관련 증거의 공개에 대해선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도 이같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서다. 그는 “카슈끄지가 야만적으로 피살됐다”며 “이번 살해 사건이 (사우디 당국에 의해) 사전에 계획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해됐다”는 사우디 당국의 공식 발표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사건 배후로 사우디 왕실을 지목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살인(죄)’라는 뜻의 ‘지나예트(cinayet)’란 표현을 15차례나 반복하면서 사우디 왕실을 질타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물증 제시는 자제하는 등 ‘수위 조절’을 했다.
 
최근 터키를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물론, 중동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우디와의 역학관계 재설정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활용하고 있다. 사실 미국도 어느 정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 중 하나인 대 사우디 무기수출을 유지하고, 이란의 석유수출 제재를 실행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사우디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런 사우디의 협조 여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 등은 “미국이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터키로 급파한 것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한 것”이라며 “양국 간 물밑 협상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사실 터키와 미국과의 관계는 최근 크게 악화됐다. 터키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러시아판 사드인 ‘S-400’ 도입 등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한 것이다.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중동센터의 마하 야히아 소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을 최대한 많은 실리와 양보를 끌어내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경제난 해결에도 이용하고 있다. 터키는 ‘오일 머니’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대외 부채와 리라화(터키 통화) 폭락 등 경제난 때문이다. 국내외의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그의 입장에선 사우디를 상대로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미국 매체인 폴리티코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난의 톤을 자제하고,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한 외교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면, 사우디 왕실은 그 대가로 터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주는 건 물론 부채까지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적 이익 뿐만이 아니다. 역내 입지 확장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시리아 내전에 참여한 쿠르드 민병대 문제다. 쿠르드는 터키 내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소수민족으로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이런 쿠드르 민병대를 사우디는 이란 견제를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만약 터키가 사우디로부터 ‘쿠르드 민병대 지원 철회’를 이끌어낸다면 시리아 내전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터키의 입지는 크게 강화될 것이다. 이처럼 에르도안이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사우디의 ‘경제적 지원’과 ‘시리아 정책 전환’ 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선 걸림돌도 있다. 바로 러시아다. 크렘린궁은 23일 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검증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러시아는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없다’는 사우디 당국의 공식 발표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카슈끄지 사건으로 불협화음이 나오는 생긴 미국과 사우디 간 틈새를 노리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 변수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조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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