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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또다시 대중 앞에 섰다. 최근 법원에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8세 어린이를 오진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의사(전공의) 3명이 금고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오후 2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과 구속된 의사 석방 등을 요구하며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석인원은 주최측 추산 1만2000여명, 경찰 추산 3000여명이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길게 늘어선 대한의사협회 회원들. 주최측 추산 1만2000여명, 경찰 추산 3000여명. |
집회는 성남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8살 아이의 사망과 관련해 의사 3명이 업무상과실치사로 법정구속된 것에 대한 문제점을 소개하는 동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의협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가 전지전능한 신인가. 희귀한 증례라면 어느 의사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힘들다”라며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국민들이 앞장서서 도와줘야 한다.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호외치는 의협 회원들. |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법원은) 의사들을 법정구속도 모자라 공동정범으로 보고 단체구속을 시켰다. 의사들이 범죄를 공모라도 했는가”라며 “이제는 기피를 넘어서 몰락하고 있는 외과계에 더해 의료 황폐화가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심평의학에 이어 심판의학까지 진료현장을 옥죄고 있다. 이 결과는 의사들의 진료현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이 모두 하나가 돼서 자율적인 진료환경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진단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속이 된다면 어떤 의사가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오히려 의료를 왜곡시키고 의사와 환자와의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의사들은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 무조건 방어 진료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은 의사를 더 이상 적대적인 감정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라며 “환자를 위해 필요한 필수 인력인 수술할 의사, 분만할 의사,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국민 여러분이 이런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 잡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의사에 대한 가혹한 처벌로 해결할 수 없다.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를 위한 저수가, 노동착취 구조의 의료 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대집 회장 “대한민국 의료제도 반드시 개혁해야”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이제는 굴욕적인 삶을 버리고 당당히 우리 손으로 의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 최대집이 앞장서서 적당한 진료를 강요하는 의료구조를 개혁해 낼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국민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의사면허 박탈법안과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대집 회장은 전국의사 총파업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오전 의료계를 대표하는 직역 단체와 긴급 연석회의를 통해 전국의사 총파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추후 총파업의 실행 방법과 시기의 결정은 모두 의협 집행부에 전권 위임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절대 굴하지 말고 전진해 나가자”며 “우리도 힘을 합치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전공의들 “부정적 결과, 3중처벌 문제 있어“
전공의들도 목소리를 냈다. 미숙한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고의성 없는 진료과정에서의 결과에 책임을 물어 구속시키는 건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의사들은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해주고 형사 소송에서 금고형을 받아 법정 구속되고, 정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악성 댓글로 인격 살인도 당한다”며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의사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사법부에는 아직 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법관들이 많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철창 뒤 흰 가운을 입고 ‘13만 의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는 최대집 회장과 각계 대표자들. |
“한국의사 진료량, OECD 국가 평균의 3배 → 의료사고는 더 적어”
시작 전 북치는 모습. |
총궐기대회를 마친 최대집 회장과 각계 대표자들은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철창 뒤 흰 가운을 입고 ‘13만 의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광주광역시의사회 양동호 회장은 ‘13만 의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난 5월 안정적 진료환경에서 국민이 더 나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호소했지만 지금 의료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의료인의 진료량은 OECD 국가 평균보다 3배나 많지만 의료사고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 회장은 “이러한 통계는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의사들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보제도의 이면에는 썩어 곪아가는 한국 의료의 민낯이 웅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료의사 3명이 법정구속까지 되는 초유의 사태는 우리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준다. 의료현장은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곳으로 이것은 의료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회장은 “의료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부디 대통령 국정철학인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의료 환경을 개선해 대한민국 의료를 하루 빨리 바로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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