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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김영수(가명)씨는 지난해 소변을 볼 때 불편감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암세포가 척추로 전이된 김씨는 곧바로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전립선암이 그나마 암 중에서 생존율이 높아 희망을 가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지 마비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전이로 약해진 척추뼈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뼈전이 합병증’이 온 것이다. 김씨는 다행히 수술받고 회복하고 있지만 뼈전이 합병증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전립선암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것이 뼈전이 합병증이다. 남성암 발생률 5위인 전립선암은 ‘자비로운 암’으로 불릴 정도로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다른 암에 비해 생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암이 뼈로 전이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척추·골반 등 뼈가 이유 없이 부러지는 병적골절이나 골절된 뼈가 척수를 밀면서 척수 압박이 생긴다. 심각한 경우 뼈에 대한 방사선치료나 뼈 수술을 야기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지난 1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종양내과 이재련(50)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에게 뼈전이 합병증은 일상을 돌볼 힘을 잃고 삶을 포기하게 하는 어쩌면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그런데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뼈전이 합병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발병을 지연할 수 있다”며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뼈전이 시 10명 중 7명 합병증… “정신 멀쩡한데 대소변 못 가려, 견디기 어렵다”
– 전립선암 환자 중 뼈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나.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한데, 이 중 뼈로 전이된 환자가 최대 90%에 달한다. 뼈전이 가능성이 높다 보니 디스크나 골절로 입원해서 전립선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유독 전립선암에서 뼈전이가 잦은 이유는.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이동할 때 전립선과 가장 가까운 척수를 거치기 때문에 척추·골반 등 뼈전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암이 더 진행되면 두개골까지 전이될 수 있다.”
– 뼈전이 전립선암 환자는 어떤 어려움을 겪나.
“먼저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뼈전이로 인한 통증은 진통제로도 조절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뼈전이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뼈로 전이된 암세포가 커지면서 뼈를 감싼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통증이 발생한다. 진통제를 쓰면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으나 이미 약해진 뼈에서 곧 다양한 뼈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 뼈전이 합병증의 증상은.
“뼈로 전이된 암세포는 척추·골반 등 뼈가 이유 없이 부러지는 병리학적 골절이 발생한다. 골절된 뼈가 척수를 밀면서 척수 압박이 생긴다. 심각할 경우 뼈에 대한 방사선치료나 뼈 수술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뼈전이 합병증은 한 번 나타나면 치료하더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일단 뼈전이 합병증이 발생하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 통증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진통제로 조절하기 어렵다. 과다한 진통제 복용으로 수면 과다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척수압박증후군으로 하지 마비가 올 수 있는데,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간병인 없인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게 된다. 정신이 멀쩡한 성인이 이런 상황을 견디기는 매우 어렵다.”
– 뼈전이 합병증은 흔히 발생되나.
“그렇다. 모든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는 결국 뼈전이 합병증을 경험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뼈전이 이후 10명 중 7명은 1년 내로 뼈전이 합병증이 발생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 약 2년 동안 평균 1.25회의 뼈전이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 번 발생하면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들은 뼈 건강과 나아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애초부터 뼈전이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치료제 쓰면 뼈전이 합병증 없이 삶의 질 2~3배 더 유지”
– 어떻게 뼈전이 합병증을 관리할 수 있나.
“호르몬 치료로 약해진 뼈를 강화하기 위해 칼슘·비타민 섭취를 권고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뼈전이 합병증의 발생을 막거나 지연하는 치료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호르몬 치료 등 항암 치료도 어느 정도 뼈전이 합병증의 진행을 막을 수 있지만, 효과적인 뼈전이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서는 뼈의 파괴를 억제하는 졸레드론산, 데노수맙 등 치료가 필요하다.”
– 예방이 가능한가.
“뼈전이 합병증의 발생률을 낮추고 혹여 발생하더라도 그 시기를 지연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 뼈전이 합병증 치료제의 효과는.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게 뼈전이 합병증이 나타나는 시기가 평균적으로 10개월이라고 할 때, 졸레드론산으로 치료하면 그 기간이 약 9개월 지연되고, 데노수맙을 사용하면 약 17개월 지연된다. 즉, 뼈전이 합병증 없이 삶의 질이 2~3배 더 유지되는 것이다. 이미 뼈전이 합병증을 경험한 환자도 계속 치료받으면 두 번째, 세 번째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낮아진다.”
– 국내에서 뼈전이 합병증은 잘 관리되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뼈전이 합병증에 대한 인식률이 낮고, 뼈전이 합병증 치료의 유용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 국내 건강보험 청구 내역을 분석해 보니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 중 뼈전이 합병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23.7%에 불과했다. 의료계뿐 아니라 환자들이 뼈전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 뼈전이 합병증 치료에 대한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전립선암 환자에게 뼈전이가 확인된 즉시 뼈전이 합병증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지난 9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데노수맙은 졸레드론산보다 뼈전이 합병증 관리에 더 효과적인 약제로 평가된다.”
– 뼈전이 합병증 치료 시 주의해야 하는 부작용은.
“저칼슘혈증이 나타날 수 있으나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복용하면 관리할 수 있다.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졸레드론산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용량을 조절하는 등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미 나이가 많고 오랜 항암 치료로 쇠약해진 전립선암 환자에게 뼈전이 합병증은 일상을 돌볼 힘을 잃고 삶을 포기하게 하는 어쩌면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다. 뼈전이 합병증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 나아가 사회로 확대된다. 따라서 환자들이 자신의 뼈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주치의에게 질문하길 바란다. 의료계 역시 전립선암 환자들이 조기에 뼈전이 합병증 관리로 뼈 건강, 나아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권오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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