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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가, 개혁 보여주려 애쓰지만 내부선 표현의 자유 철저 억압”
“무조건 국가를 찬양해야 합니다.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내내 단어 선택에 신중했던 나글라 오스마 씨는 이 문장만큼은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집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책을 썼다는 이유로 21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30일 새벽에야 풀려난 경제학자 압둘 칼리크 파루크 씨(61·사진)의 부인이다.
인권단체와 진보 성향 중동 언론들은 체포됐다 풀려난 파루크 씨를 두고 “자신들의 정책적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인이나 학자를 억압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및 정부에 비판적인 칼럼을 쓰다가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영사관에서 잔인하게 피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과 결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사우디 왕실과 정부가 궁지에 몰린 것이 파루크 씨의 석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루크 씨가 석방되기 전인 27일 오후 카이로주 북부 쇼루크시 자택에서 만난 오스마 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남편의 소식이 올까 기대하며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파루크 씨는 체포되기 전 ‘이집트는 정말로 가난한 나라인가’라는 책의 출판을 앞두고 있었다. 21일 오후 그의 자택으로 찾아온 경찰 3명이 “당신이 쓴 책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다”며 그를 체포했다. 출판사에서 인쇄를 준비하던 책 원고는 압수됐고 출판사 대표 역시 체포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파루크 씨는 책에서 이집트 경제 및 사회적 위기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이집트는 가난하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파루크 씨는 같은 책에서 “이집트의 가난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 측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며 체포 이유를 밝혔다. 인권단체 ‘아랍인권정보네트워크(ANHRI)’ 소속의 한 변호사는 “그(파루크)는 허위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을 앞두고 파루크 씨는 연구 내용이 담긴 자신의 컴퓨터를 중고로 팔아버렸다. 경찰이 자신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스마 씨는 “연구 내용들이 모두 경찰에 압수될 경우 더 큰 죄를 물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컴퓨터를 팔았다”고 말했다. 올해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 주요국들은 대부분 하위권이었다. 이집트는 180개국 중 161위였고 아랍에미리트(128위), 이란(164위), 사우디아라비아(169위) 등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들 국가 대부분이 국제사회에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집트 경찰은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택시 운전사, 경비원 등으로부터 당한 성희롱 피해를 언급하며 정부가 여성들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동영상을 올린 한 여성을 체포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집트 최고미디어규제위원회를 두고 팔로어가 5000명 이상인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개인 블로그, 웹사이트 등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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