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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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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를 앞당길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초청’을 사실상 수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대로 이후 김 위원장의 초청장이 접수되고, 구체적인 일정 등이 바티칸과 조율 마무리된다면 교황의 방북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교황의 방북은 단순히 방문 그 자체로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 북한,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에서 종교의 자유는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 평양에 장충성당이 있고 신자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제는 없다. 북한에서 과연 신앙을 얼마만큼 허용하고 있는지 논란과 더불어 신자들을 두고도 진짜 가짜 논란이 있다.
교황의 방북을 두고 강주석 신부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교황님의 방북이 이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교황님은 이런 시선을 감수하고 의지와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교황청 내부에서의 반대 목소리를 교황이 알고 있지만, 극복할 의지가 강하다는 것.
1호 북한학 박사 사제로 현재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으로 있는 강 신부(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는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교황님과 북측 종교관계자가 인사를 나눴다”라며 “당시 교황청이 북한에서의 종교적 자유 논란을 포함해 상당한 정보를 알고 있고 관심이 있다고 느꼈다”라고 기억했다.
강 신부는 “북한 주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한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교황을 반길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북측에 남측 사제가 파견되는 것도 쉽게 성사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강 신부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교황,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 있어”
–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신경전이 극심할 때 팔레스타인을 방문했다. 현직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사회주의권인 쿠바를 방문해 쿠바와 미국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도 했다. 이번 방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반도의 위기가 있었던 때부터 지속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다. 2013년 교황님이 즉위하시자마자 첫 부활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셨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매일 기도한다고 했을 정도다. 또 한반도 평화가 세계평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북한이 지닌 상징성, 평화, 비핵화를 이해하고 있는 분이다.
교황님의 방북 자체로 평화 국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황님의 방북이 여러 가지 난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황님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 믿음이 있어 보인다. 교황님은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는데, 당신이 용기를 낸 것이다.”
▲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후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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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북에 난관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
“보수적인 시각으로 여러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정치적으로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고 나서 교황님이 방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또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담보 받아야 한다거나 북한 내 종교의 자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등등. 교황 방북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뿐, 비핵화 협상이나 한반도 평화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 이런 지적 때문에 교황의 방북이 어려워질 수도 있나?
“교황님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의견을 넘어설 의지가 있다고 본다. 이미 교황님 스스로 북한과 관련한 정보가 상당할 것이다. 지난 6월 세계교회협의회(WCC) 70돌 기념행사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했는데, 북한 측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관계자 4명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고, 나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시 북측과 교황님이 별도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교황청 내부에서 북한과 관련한 논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고 북한에 관심이 상당하다는 걸 느꼈다. 이 말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을 향한 반대 의견, 보수적인 사람들의 시선을 모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설 의지와 용기를 갖고 있기에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황대사도 있지만, 바티칸도 그렇고 북한 내 천주교 상황에 대한 인식이 상당하다.”
– 북한 주민들은 교황의 방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재밌는 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에서 종교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 북한에서 종교를 지닌 사람들은 소수고, 사회의 주류세력도 아니다. 종교가 사회의 존경을 받는 사회적 위치가 있는 게 아니라 인식 자체가 낮은 것이다.
특히 우리가 분단, 전쟁을 거치면서 종교지도자들은 간첩혐의를 많이 받았다. 서구 세력이 종교를 이용해 침투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종교적인 교육 받았기 때문에 종교에 큰 관심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이가 좀 있는 탈북민들은 문규현 신부님을 많이 기억했다. 문 신부님께서 판문점에서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했는데 종교인이 좋은 이야기를 하네? 하는 인상이었다는 거다. 교황님의 방북도 비슷하지 않을까? 북한 사람들이 갑자기 종교를 갖거나 그러지는 않더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환영받은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분이 왔구나, 하면서 존중하지 않을까 싶다.
“북도 사제 양성, 사제 파견 의지 상당해”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8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차에서 내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농성중인 세월호참사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고 있다. 김씨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편지를 건넸고, 교황은 자신의 옷 주머니에 편지를 넣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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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천주교의 소통 상대를 꼽자면 북측 조선카톨릭교협회와 남측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인데. 이번 계기로 교류도 늘어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 사실 종교계 교류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공식적으로 2015년 12월에 김희중 대주교님의 방북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큰 미사 때 남측에서 사제를 평양 장충성당에 보내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 나왔는데,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그 이후에 진척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남측 사제를 장충성당에 파견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나?
“그렇다. 어렵지 않으리라고 본다. 2015년에 남북이 어느 정도 조율된 부분이기도 하고. 북한에서도 사제 양성과 사제 파견과 관련한 의지를 갖고 다양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에서 북한 신자를 사제로 만들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1988년에 북한의 가톨릭 신자가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나기도 했고 이때 찍은 사진이 현재 평양 장충성당에 걸려있다고 들었다. 당시 북한 신자 한 사람은 교황님을 만나고 로마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북 분위기만 좋아지면 남측 천주교에서는 북한에 사제를 파견하려는 의지는 강하다. 북 당국도 남측의 종교인들이 체제를 위협하려는 세력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전향적으로 남측 사제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 1989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할 때 북한도 방문할 계획은 갖고 있었지만 불발됐다. 또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도 교황에게 방북요청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은 상황이 좀 다르다고 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1980년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에는 동구권이 몰락한 상황이기도 했다. 당시 천주교가 동구권 몰락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말도 나와서 북에서 부담스러워 했을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누구보다 평화적 해법을 강조한 분이다. 북한에서 뜻이 통하는 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 연설하는 문 대통령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후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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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규율 엄격하지만, 교황 의지 더 강해”
– 교황이 방북할 때 북측이나 바티칸이 조율할 부분도 많을 것 같다.
“바티칸의 외교는 여느 나라보다 긴 세월을 지녔다. 그런 만큼 원칙, 규율이 엄격한 곳이다. 다만 교황님이 방북 의지를 표현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바티칸이 지닌 외교적인 원칙을 넘어서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규율을 넘어선 평화라는 선의만을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깐깐한 바티칸의 외교 절차가 있지만, 더 큰 선을 위해 이를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무시하지는 않을 거다. 다만, 원칙 위에 더 큰 복음 정신이 있다는 게 교황님의 뜻이다.
– 강 신부는 1호 북한학 박사 사제다. 6·25 전쟁 당시 선교사들의 마음으로 북한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박사학위 논문도 썼는데.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나?
“그리스도교에서 평화적인 화해의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한반도 문제에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한국전쟁, 분단 시기에 우리는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대가 무신론, 공산주의인데 이를 적으로 생각하며 대결했다.
이제는 화해와 냉전을 해체하고 협력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교회가 화해, 일치, 평화의 가르침을 새기면서 과거의 잘못을 보속하는 마음으로 투신하고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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