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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비핵화와 대북 제재 이행, 남북 협력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11월 중 출범시키기로 했다. 외교부와 국무부를 주축으로 관련 부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다. 북핵 협상이 시작된 이래 한·미 간 별도의 실무그룹을 구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한·미 간 소통을 체계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남북 관계 과속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계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미 워킹그룹 구성은 미 국무부가 먼저 발표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미 정부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새로운 워킹그룹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킹그룹이 다루게 될 의제로 비핵화 노력, 제재 이행, 유엔 제재에 부합하는 남북 협력 세 가지를 제시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한 지 일주일 만에 한국을 방문해 외교안보 핵심 인사를 두루 만난 것도 이 문제를 최종 확정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논의하는 데 있었다”며 한·미 워킹그룹 구성이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워킹그룹이 우리 측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31일 “북·미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 우리가 (대화 과정에서) 밀려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례적이고 체계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며 “우리가 먼저 제안해 몇 달 동안 이야기해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슈를 다뤘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핵은 북·미가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워킹그룹은 양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가 이끌 전망이다. 여기에 제재 문제, 핵 신고·사찰 등을 담당하는 관련 부처 실무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30일 서울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워킹그룹 구성 발표 문안을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여러 소통 채널이 가동 중인 상황에서 별도의 실무팀을 구성한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남북 관계 속도 조절과 제재 이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무부가 워킹그룹 의제 중 남북 협력 부분에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단 데서 드러난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워킹그룹을 구성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쪽 방향의 진전이 다른 트랙의 진전과 1인치의 오차도 없기는 힘들다”며 “그 간극을 신뢰와 소통으로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과 맞물려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005년 북핵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분야별 워킹그룹이 구성됐던 것처럼 비핵화 세부 의제를 다루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남·북·미 3자 워킹그룹 구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지만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회담은 다음 주 후반 북·미 고위급 회담 이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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