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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알코올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지난 7~9월에 입원한 환자 737명의 주요 신체질환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8%)이 고혈압(32%)과 당뇨(26%) 등 성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알코올성 간질환(28%)로, 이중 가장 심각한 단계인 간경변증 환자는 19%에 달했다.
전용준 원장은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흔히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을 많이 걱정하지만 고혈압, 당뇨병으로 인한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적당량의 술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음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전 원장은 “술을 마시면 혈관이 확장돼 일시적으로 혈압이 낮아지지만 술이 깨고 나면 혈관 수축이 활발하게 일어나 오히려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며 “또한 알코올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생성기관인 췌장에 영향을 미쳐 극심한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거나 당뇨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의 해독기관인 간은 알코올에 의해 직접적인 손상을 입는 곳이다. 과도한 음주로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간염으로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만일 술을 완전히 끊지 못한다면 결국 간이 재생력을 상실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간경화)이나 간암으로 이행돼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전 원장은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만 하면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편”이라며 “지방간으로 진단받았다면 더 이상 간이 술을 견딜 수 없는 과부하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알코올성 간질환은 물론 고혈압, 당뇨 모두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간은 70%가 손상될 때까지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곳이다. 고혈압과 당뇨 역시 이차적인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지만 혈압이나 혈당이 높아도 대부분 증상이 없어 악화되거나 방치되기 쉽다.
전 원장은 “특히 알코올에 중독되면 이러한 질환의 위험성이나 심각성을 이야기해도 술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일시적인 단주와 치료를 통해 간수치나 혈당, 혈압이 정상 범주로 돌아와도 술을 끊지 못한다면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전문병원을 통해 술 문제와 내과 문제를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은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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