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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바라기’ ‘7번방의 선물’ ‘친구’ 등에서 선 굵은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김정태가 최근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간경화에 작은 종양이 발견돼 SBS 새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하차하고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간암은 암 중에서도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40~50대 중년 남성에서 암 사망률 1위다. 간암은 5년 생존율이 33.6%밖에 되지 않고 재발률이 70%나 된다. 더구나 간의 70%가 손상돼도 이렇다 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침묵의 병이어서 간암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간암은 고약하고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완치될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특히 간이식은 간암 등 간질환의 확실한 치료법으로 꼽힌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간을 받아야 한다는 점인데,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가족의 간 기증이 세계 1위라고 할 정도로 활발하다. 중앙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서석원 교수는 “간이식은 간암의 확실하고도 완치가 가능한 치료법인데, 환자가 가족에게 말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의 간 기증이 대부분일 정도로 효자·효녀가 많다”며 “간은 절반 이상 떼어 내도 원래 상태로 자라기 때문에 기증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간이식을 해야 한다면 자녀와 적극적으로 대화해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 교수를 중앙대병원에서 만나 간이식에 대해 들어봤다.
– 간이식은 어떤 수술인가.
“간이식은 병든 환자의 간 전체를 제거하고 건강한 공여자(이하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는 것이다. 간암이 생긴 부분을 절제할 경우 5년 사이에 50~60%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남아 있는 간이 간암의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간경화의 경우 절제하더라도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그 부분에서 또 암이 발생한다.”
– 간이식이 간암 등 간질환의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간 전체를 제거하기 때문에 간암의 위험 요인을 다 없애게 된다. 지금까지 나온 간암 치료법 중 가장 확실하고 성적이 좋다. 초기 간암(종양 1개가 5㎝ 미만인 경우·종양이 3개 이하며 3㎝ 이하인 경우·혈관 침범이 없는 경우)은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수술 이후 5년 생존율이 간암이 없는 간이식 환자(B형 및 C형 간염·알코올성 감염·간경변 환자 등)와 같다.
치료 성적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적절한 환자군을 선택하고 면역억제제가 항상됐으며 수술 기술도 발전했다는 점이다. 간이식을 금기시하는 환자는 암이 혈관에 침범했거나 간 이외로 전이된 경우다. 최근 영상의학 기술이 발전해 간이식에 적절한 환자를 잘 선별하고 있다.”
– 간이식 수술이 매우 어렵고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과에서 제일 어려운 고난도 수술이다. 뇌사자나 건강한 가족 등의 간을 떼어 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간은 혈관 덩어리라서 살짝만 건드려도 피가 난다. 간경화가 있을 경우 지혈 요소를 만들지 못해서 더욱 어렵다. 대학 병원 중에서도 아직 (간이식 수술을) 못 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간이식 수술이 표준화돼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간이식 수술 이후 한 달 이내에 사망하지 않는 경우가 80%가량이었는데, 최근 90%까지 향상됐다.”
– 확실한 치료법이라곤 하지만 남의 간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간이식 수술이 예전보다 매우 활발해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생체간이식이 1년에 1000건 이상이다. 뇌사자의 간이식은 줄어든 반면, 가족 등의 생체간이식이 많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간이식 10건당 7건이 생체간이식이었다.”
– 이식하는 간은 가족의 간이 아니어도 되나.
“간은 크기만 맞으면 가족의 것이 아니어도 된다. 면역학적으로 관대해서 유전자 타입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하지만 타인의 경우 지인이라는 객관적인 입증이 있어야 하고,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 생체간이식이라고 하면 대부분 가족, 특히 자녀의 간이다.”
– 수혜자와 기증자의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이라고 하는데, 2010년 이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혈액형에는 항체가 있어서 다른 피가 들어오면 거부 반응을 보여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의 경우 거부 반응을 보이는 항체를 다 없애고 수술하기 때문에 문제없다. 간이식 수술 3주 전에 항체 생성 억제제를 투여해 항체를 만드는 공장을 파괴하고, 수술 1주일 전에 혈장교환술로 피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항체를 씻어 내면 간이식 수술이 가능해진다.”
– 혈액형 일치 간이식 수술과 비교해서 성공률은 어떠한가.
“큰 차이가 없다. 내가 지금까지 간이식 수술을 진행한 환자 중 20%가량이 혈액형 불일치였는데 모두 성공했다.”
– 간이식 수술 이후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간이식 환자는 다른 사람의 간을 받은 것이어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감염에 취약하다. 따라서 수술 후 3개월 동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감기에 걸린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 담도계 합병증도 30~40% 정도 생기는데, 시술로 치료가 가능해 크게 걱정할 사항은 아니다.”
– 간이식을 하고도 간암 등이 재발할 경우 또다시 간이식이 가능한가.
“또다시 간이식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 거의 하지 않는다. 이 경우 전이로 보기 때문이다. 간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해도 피 속에 돌고 있던 암세포가 새로 생착돼서 암이 생긴다는 주장이 있다. 전이가 된 경우 간이식을 하지 않고 절제하거나 항암 치료 및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된다. 다만 생체간이식을 했는데 간동맥이 막히거나 간부전이 되면 1주일 이내에, 간경화가 발생해서 간이 나빠질 경우에는 다시 하게 된다.”
– 간 기증자는 위험하지 않나.
“간 기증자는 간의 전체 크기에서 60~70%가량 떼어 내게 되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원상태로 재생돼 문제없다. 우리나라에서 간 기증 수술 이후 장애가 남거나 사망한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
– 간 기증자는 어느 정도 지나야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보통 수술 이후 1주간 입원이 필요하며, 퇴원 이후 2~3주 정도 요양하면 직장 생활을 포함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요양 기간 중에는 무리한 노동이나 심한 운동을 제외한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운전·간단한 집안일·사무실에서 간단한 문서 업무 등은 할 수 있다.”
– 간이식을 고민하는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간이식이 필요할 경우 간 기증을 대부분 가족에게 의지한다. 그러다 보니 혹시 자녀에게 피해를 줄까 봐 말을 못 하고 망설이다가 병이 악화되거나 이식을 못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같은 경우 오히려 자녀들이 원망할 수도 있다. 이식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판단해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효자·효녀가 매우 많다.”
권오용 기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서석원 교수는
간이식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서울대병원 간담췌분야 전임의로 3년 간 근무하고 중앙대병원에 부임했다. 말기 간질환 및 간암 환자들의 다양한 임상사례를 접하며 최신 수술기법과 수술 전후 관리, 합병증 관리 등에 전념하며, 간절제술 및 간이식 수술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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